현재 "개성"으로 불리며 나말 이래 "송도", 고려가 정식으로 도읍을 정한 후에는 "개경"으로 일컬어진 저 유서 깊은 고장에 대해 저자는 1) 불교 문화의 중심지, 2) 국내외를 막론한 무역과 상업의 허브, 이 두 가지 성격으로 파악합니다. 고려 시대에도 한성(지금의 서울)은 남경이라 하여 중요시되었으나, 이곳으로 도읍을 옮긴 건 조선 왕조가 들어선 이후입니다. 천도라고는 해도 거리가 그리 멀지 않았기에 아주 어려운 사업은 아니었죠. 한편, 그렇게나 가까운 고도 하나가 현재는 휴전선 이북에 있다는 사실은, 수도 서울이 군사적 긴장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롭지 못한지 새삼 실감하게 됩니다.조작 논란이 있습니다만 태조 왕건이 남긴 훈요 십조는 국가 통치 이념을 두고 특히 불교를 크게 숭상할 것을 강조합니다. 고려 초는 물론 신라 말에도 유교 철학과 사상 체계는 이미 반도인들에게 익숙했으며, 소양이 깊고 빼어난 문장을 구사하는 이들도 많았습니다. 헌데도 불교는 일반 민중의 일상과 소박한 내세관을 완전히 점유하는 중요한 정신 문화를 이뤘으며, 귀족들 역시 경쟁적으로 불교 소양을 쌓거나 다양한 사업의 발원을 통해 사원에 기부를 했고, 심지어 귀한 자제를 출가시키기까지 했습니다. 이처럼이나 한국인들의 심성 깊은 곳에 파고든 불교가 하루아침에 그 지도적 위상을 잃고 조선 오백 년 내내 핍박받은 건 의외라 하겠는데요. 아마도 특히 고려 후반에 이르러 세속화하고 권력에 영합하며 일각에서 부정축재까지 일삼은 타락상에 민중이 환멸을 느껴서가 아닐까 합니다.아무튼 불교는 개국 초부터 큰 성원을 입고 발전을 가속화했습니다. 태조 왕건이 후백제와의 격전지에 "개태사"를 짓고 부처님의 은공을 기린 건 유명한 사실입니다. 이 책 1장은 고려 태조로부터 현종 연간에 지어진 여러 사찰들에 대해 요약, 소개합니다. 태조의 아들이며 바로 직후의 대를 이은 임금은 혜종이며, 그 이복동생 정종 대에 이르러 거란족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군사 조직인 "광군사(光軍司)"를 편성하게 됩니다. 이 와중에도 광종, 경종, 성종, 목종, 현종, 덕종 등 그를 이은 임금들은 불교를 장려하고 사찰 건립에 힘 썼습니다. 책에는 10대 임금 정종(3대 임금과 한자가 다릅니다) 역시 불교 진흥에 애 쓴 점에서 예외가 아니었고, 현종 때에는 특히 거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초조 대장경을 판각했습니다.태조 왕건은 훈요 십조에서 또한 팔관회를 중시할 것을 당부했습니다. 팔관회는 일 년에 단 두 번만 열렸다고 하는데, 개경에서 한 번 서경에서 한 번이었습니다. 서경에서 한 달 가까이 먼저 열렸으며 일종의 추수감사제 성격이었으나, 이 큰 행사를 계기로 외국 상인, 특히 멀리 아라비아에서까지 찾아온 무역상들이 대거 참여하여 큰 성황을 이뤘습니다. 이처럼 경제적으로 번영을 이루는 멋진 이벤트 활용법을 알았던 고려(팔관회의 시초는 신라 진흥왕이라고 합니다)이며 우리 민족이었으나, 이후 국수적이고 폐쇄적인 유교 문화가 자리를 잡으며 해외 교류는 영 딴나라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팔관회는 토속 신앙 위주의 축제였으나, 연등회는 불교적 성격이 강했고 특이하게도 정월 대보름(이후 음력 2월 보름)에 열렸다고 합니다. 우리 생각으로는 사월 초파일(부처님오신날)에만 연등 행사가 열렸을 듯한데, 고려 시대에는 저 초파일의 성대한 행사는 물론이고, 그 외에도 축제일을 정해 두고 연등행사를 열어 경기 진작이나 민심 안정 등 다양한 목적을 기했다는 뜻이 됩니다.법왕사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찰이 여럿 있어서 다소 혼란을 야기합니다. 개성 연경궁에 소재한 법왕사가 바로, 왕건이 919년(등극 1년 후)에 세운 비보사찰입니다. 재미있게도 이 법왕사는, 특히 경종의 경우 팔관회에서 빚어지는 잡스러운 기운을 피하기 위해 머무르기도 했다 하니, 고려 시대에도 순수 불교 행사와 무속과의 습합 제의 사이를 엄연히 구분했다는 점을 우리는 눈치챌 수 있습니다. 전남 광양에도 같은 이름을 지닌 절이 있는데 이 역시 신라 경문왕 때 지어졌으므로 유구한 역사를 뽐내며, 강원도 강릉에 소재한 법왕사는 무려 선덕여왕 때 창건되었다고 하니 그저 아찔할 뿐입니다.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오랜 동안 이 땅에 터잡고 살아 왔는지 가끔 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이 남긴 문화 유산은 일류의 품위와 고아한 정취를 지닌 것만 주목해도 손에 꼽을 수 없을 만큼 많으며, 그 중에서도 뷸교에 대한 유산이 이처럼 많은 문화권은 세계에 유례가 없습니다. 우리가 민족 문화에 대해 자긍심을 가져도, 어떤 소양의 근거가 있는 것과 막무가내식 애국주의는 차이가 큽니다. 말로만 애국 애국 할 게 아니라 가까운 문화 유산이라도 좀 돌아보고 바른 각성을 다질 일입니다. 며칠 전 아침 흥인지문(동대문) 방화에 관한 뉴스를 듣고 착잡한 마음을 달래며 드는 생각이기도 하네요.
고려시대 불교 신앙을 개경의 궁궐과 사원에 초점을 맞춰 살펴본 고려의 불교와 상도 개경 . 상도 개경은 고려시대 문화의 중심지이자 불교문화의 중심지였다. 때문에 고려의 불교문화, 나아가 문화 전반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고려의 상도 개경의 불교문화를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이 책은 고려의 상도였던 개경의 불교 문화를 이해함으로써 고려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남북 통일시대를 기대하는 현 시점에서 북한의 사회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책머리에_5
제1장 고려 초기 개경 불교 사원의 존재 양상_ 11
1. 머리말 11
2. 태조~정종(定宗) 무렵의 개경 사원 12
3. 광종~덕종 무렵의 개경 사원 24
4. 정종(靖宗)~헌종 무렵의 개경 사원 40
5. 맺음말 47
제2장 고려 중기 개경 불교 사원의 존재 양상_ 49
1. 머리말 49
2. 숙종 무렵의 개경 사원 50
3. 예종 무렵의 개경 사원 57
4. 인종 무렵의 개경 사원 70
5. 의종 무렵의 개경 사원 84
6. 맺음말 96
제3장 무인정권기 개경 불교 사원의 존재 양상_ 99
1. 머리말 99
2. 개경 사원과 무인정권의 대립 100
3. 문집에 나타난 무인정권기 개경 사원 112
4. 무인정권기 개경 사원의 다양한 양상 135
5. 맺음말 141
제4장 원간섭기 고려 개경의 사원과 불교 행사_143
1. 머리말 143
2. 개경 일대 사원의 조영 144
3. 개경 일대 불교 행사의 장소 155
4. 개경 일대 불교 행사의 거행 171
5. 맺음말 184
제5장 고려의 5대 종교 행사와 개경_187
1. 머리말 187
2. 팔관회와 법왕사 188
3. 연등회 및 태조 기일재와 봉은사 213
4. 장경도량과 인왕도량 237
5. 맺음말 251
제6장 고려의 여러 도량과 개경_ 255
1. 머리말 255
2. 제석도량과 제석원 256
3. 사천왕·신중 신앙과 현성사·신중원 274
4. 마리지천 신앙과 묘통사 282
5. 불정도량과 금광명경도량 284
6. 반야·화엄·법화도량 288
7. 맺음말 297
제7장 고려의 나한 신앙과 고승 숭배_ 299
1. 머리말 299
2. 나한재와 나한 신앙 300
3. 나한 신앙과 보제사 314
4. 고승 숭배와 왕륜사 328
5. 맺음말 335
제8장 고려의 소재도량과 기우 행사_ 337
1. 머리말 337
2. 소재도량 338
3. 기우 행사 345
4. 기우도량 366
5. 맺음말 373
제9장 고려 왕실의 원찰과 진전사원_ 377
1. 머리말 377
2. 흥국사, 일월사·광명사·귀산사, 영통사 378
3. 불일사·불은사·귀법사·용흥사 393
4. 진관사·숭교사, 현화사·중광사 401
5. 대운사·대안사, 흥왕사, 홍원사·홍호사 420
6. 맺음말 437
제10장 고려 왕실 원찰과 진전사원의 완성과 변천_ 439
1. 머리말 439
2. 국청사·개국사·천수사·경천사 440
3. 안화사 중건과 진전사원 변천 453
4. 맺음말 470
부표 471
[표 5-1] 팔관회_473
[표 5-2] 법왕사_481
[표 5-3] 연등회_485
[표 5-4] 태조 기일 행사_494
[표 5-5] 봉은사_499
[표 5-6] 대장경과 장경도량_508
[표 5-7] 인왕도량_510
[표 6-1] 제석도량과 사리 신앙_515
[표 6-1-2] 내제석원·내도량·내원당_517
[표 6-1-3] 외제석원_518
[표 6-1-4] 건성사와 건원사_522
[표 6-1-5] 보살계_523
[표 6-2-1] 문두루도량과 현성사_526
[표 6-2-2] 신중원과 신중도량_528
[표 6-3] 묘통사와 마리지천_530
[표 6-4-1] 불정도량_533
[표 6-4-2] 금광명경도량_535
[표 6-5] 반야도량·화엄도량_536
[표 7-1] 나한재_538
[표 7-2] 보제사 행사_540
[표 7-3] 왕륜사 행사_546
[표 8-1] 소재도량_551
[표 8-2-1] 가뭄·기우_555
[표 8-2-2] 기청·기설_574
[표 8-3] 법운사 행사_579
[표 9-1-1] 흥국사_581
[표 9-1-2] 일월사·광명사·귀산사_583
[표 9-1-3] 영통사_584
[표 9-2] 불일사·불은사·귀법사·용흥사_587
[표 9-3-1] 진관사·숭교사·중광사_591
[표 9-3-2] 현화사_593
[표 9-4-1] 대안사·대운사·홍원사·홍호사_596
[표 9-4-2] 흥왕사_599
[표 10-1] 국청사_606
[표 10-2] 개국사·경천사_608
[표 10-3] 천수사_611
[표 10-4] 안화사_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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