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8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각기 다른 작가들의 작품을 골라 읽는 재미가 있다. 단, 다 읽으려면 솔직하 짜증이 나는 작품도 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표제작인 [라일락 피면]이다. 역시 공선옥 작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캐릭터는 살아있고 상황은 현실같다. 제목은 낭만적이지만 5.18 광주민주화운동 을 담고 있다. 왜 당시 평범하고 어리며 파릇한 청춘들이 그렇게 휩쓸릴 수 밖에 없는지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 얼마나 끔찍하게 믿을 수 없는 상황이었는지 얼마나 속절없이 엄청난 생명들이 스러져 갔는지, 고스란히 느껴진다. 영화 [택시운전사]를 읽고 우연히 읽었는데, 그랬기에 그 울림도 컸다. 그 다음으로 좋았던 작품은 조은이 작가의 헤바 다. 이 작가의 작품은 처음 읽은 셈인데 참 좋았다.평범한 주인공이 자신도 모르게 매료되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다. 독자도 주인공처럼 그녀의 자유롭고 치명적인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그의 연정을 받아줄 수 없는 그녀의 단호함때문에 주인공이 방황하는 모습도 설득력있다. 다만, 부모의 입장에서 주인공을 본다면 그녀를 미워할 수도 있으리라. 성석제의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은 구성이 독특했다. 최인석의 [쉰아홉개의 이빨]에 나오는 새아빠는 어딘가에 그런 사람이 아직 꽤 잘 살고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슬펐고 여운도 길었다.
동화작가와 소설가들이 함께 구성한 작품집 라일락 피면 은 8명의 작가가 펼치는 8가지 색깔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 이상 교과서에서 배운 대로, 어른이 말해주는 대로 살 수 없는 청소년기의 선택은 두렵고 서툴지만, 그렇기에 더욱 멋진 인생의 한 대목이다. 이 책을 통해 소소한 일상부터 운명의 갈림길까지, 다양한 무게와 색깔의 선택을 간접 경험함으로써 인간과 세상을 한층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청소년문학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졌지만, 지금 여기에 살고 있는 십 대의 삶을 담은 단편소설은 턱없이 모자라다. 단편은 단지 길이가 짧은 이야기인 것만이 아니라, 단 하나의 사건, 뚜렷한 이미지, 과감한 실험을 통해 인간과 세계의 단면을 드러내는 장르이다. 라일락 피면 에 수록된 작가들은 청소년들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던지는 데만 머물지 않고, 단편소설만이 가진 문학의 맛을 충실히 전달하는 데에도 욕심을 냈다. 동화를 졸업했지만 외국 번역물이나 일반소설에서 자기 모습을 찾지 못한 청소년들은 이 신작단편집을 통해 단편소설의 묘미와 책 읽기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게 하였다.
공선옥 라일락 피면
방미진 영희가 O형을 선택한 이유
성석제 내가 그린 히말라야시다 그림
오수연 너와 함께
오진원 굿바이, 메리 개리스마스
조은이 헤바(HEBA)
최인석 쉰아홉 개의 이빨
표명희 널 위해 준비했어
해설- 문학, 주류 밖에서 만들어지는 불온한 산소_ 원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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