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사회를 지탱했던 열두 분야의 전문가들이 책은 2010년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시민강좌에서 ‘조선의 전문직’이라는 주제로 강의 했던 내용들을 재구성한 것이다. 책은 조선시대의 직업과 그들의 삶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규장각 교양총서답게 우리가 이전에 알지 못했던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이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이전에 알고 있었던 사실마저도 모두가 사실은 아니라는 것도 알려준다. 철저한 신분제 사회였던 조선은 직업이 신분이자 삶이었다. 이 책에서 거론하는 열두 분야의 전문가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대체로 천시 받으며 음지의 불빛으로 살아가는 직업인이 대부분이었다. 그들은 분명 조선 사회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뿌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온전히 무대의 중심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주변을 맴돌 뿐이었다. 마치 궁녀들의 손길 없이는 왕실이 유지될 수 없었지만 궁녀들의 삶은 그림자로 존재했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은 그러한 그늘 속에서도 묵묵히 제 자리를 지키며 조선 사회의 등불을 밝힌 그들의 삶은 마땅히 전문가로서 예우 받고 존중받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첫 장은 조선조 교사와 훈장의 삶에 대하여 서술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과는 다른 내용이 담겨 있다. 예로부터 군사부일체라 하여 훈장이라고 하면 당연히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외롭고 힘없는 빈천한 직업이었다고 한다. 조선후기 몰락한 양반들이 대다수였던 그들을 지칭하여 ‘설경’이라 하였는데 이는 곧 ‘혀로 밭갈이하는 무리’라는 뜻이다. 지식을 팔아 생계를 유지한 훈장들의 모습이 비천한 직업으로 비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향교 교수관은 문신 좌천자의 유배직으로 인식되어, 조선조 사회에서 교관에 대한 대우는 갈수록 하락하는 풍조였다. 심지어 15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향교의 교수관은 무식한 인물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치스런 직책으로 변해 최하층민인 노비와 광대에게조차 수모를 당하는 직업이 되었다. 그러니 진짜 실력을 갖춘 유자들은 기피하는 직업이었던 것이다. 다음은 이 책에 수록된 ‘연산조 초에 충청도 도사 김일손이 올린 상소’이다. 향천(고을 안에서 천거된 인재)을 참작해 채용하여 훈도로 삼으소서. 신이 본도에 이르러 주현의 훈도를 두루 시험하여보니, 혹 교생이 두어 경전에 능통한 자가 있는데 훈도는 한 경전에도 능통하지 못하므로 스승이 교생을 가르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교생이 도리어 스승을 가르치게 되니, 진실로 탄식할 일입니다. 이것은 다름이 아니라 뇌물 청탁으로 말미암아 훈도의 직을 얻어서 군역을 면하기 때문입니다. 마땅히 각 도 감사에게 명하여 제생을 고시하여 경술에 능통한 자를 논계함으로써, 회강會講 취재자取才者와 아울러 쓰고 교육에 공이 있는 자를 감사가 계문하여 현으로부터 군으로, 군으로부터 주부로 점차 교수로 승진시켜 사표를 장려하소서.(『연산군일기』) 책은 또한 조선시대에서 승려들의 위치 또한 우리가 알고 있었던 내용과 다르다는 것을 알려준다. 조선시대는 숭유억불정책으로 역사교과서에는 승려들이 배척받은 것으로 나오지만, 실상은 조선조 사회에서 승려들의 삶은 백성들에게 배척과 존중이 공존하는 삶을 살았다고 이 책은 말한다. 이 밖에도 책은 조선조 사회의 버팀목이었지만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던 천문역산가, 광대, 승려, 의원, 음악가, 궁녀, 장인, 화원, 역관, 서쾌와 전기수, 일수쟁이(금융업자)인들의 삶을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또 다른 흥미진진한 사실과 따뜻한 진실을 접할 수 있었던 책이다.
조선 전문가의 일생 은 신분제 사회인 조선에서 전문가 로 살아간 이들의 일생에 대해 이야기한다. 왕과 양반이 정치적 활동을 주도했다면, 그 이외의 대다수 사람들은 사회의 전 영역에서 조선이라는 나라가 살 만한 곳이 되도록 자신에게 부과된 일을 하였다. 이들은 사람을 가르치거나 별을 보고, 집을 짓고,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일까지 세분화된 업무의 시스템 속에서 서로 경쟁하며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하였다.특히 훈장, 의원, 승려 등 몇몇 직업은 우리의 고정관념과 너무도 다른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이 책은 군사부일체 사회의 버팀목이었으나 불우한 삶을 살았던 교사와 훈장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또 농경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천문 역산가, 세분화 되고 경쟁이 심했던 의원, 또 이들의 경쟁자였던 무당과 판수 등, 조선의 사회·문화·경제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전문가의 삶을 통하여 새로운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볼 수 있다.
규장각 교양총서를 발간하며
머리글
1장 군사부일체 사회의 버팀목, 그러나 불우한 삶
- 조선조 교사와 훈장의 삶·정순우 한국학중앙연구원 사회과학부 교수
2장 왕의 허락을 얻어 하늘을 관찰하다
- 조선의 천문 역산가·문중양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3장 의관으로 출세하기 위한 험난한 길
- 명의와 속의의 경계에 선 조선의 의원들·신동원 한국과학기술원 인문사회과학부 교수
4장 팔도를 뒤흔든 대중 스타, 달문의 삶
- 광막한 천지를 떠돌던 조선의 광대·사진실 중앙대 음악극과 교수
5장 배척과 존중의 위태로운 경계에 서다
- 조선의 승려, 허응당 보우·남동신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
6장 먹고사는 업으로 택하거나, 인격 수양의 방편으로 삼거나
- 조선의 음악가들·송지원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
7장 조선시대 궁녀의 계보학
- 궁궐 살림을 책임진 여성 일꾼들·홍순민 명지대 방목기초교육대학 교수
8장 목장의 종류만 스물둘
- 조선의 집 짓는 사람들·김왕직 명지대 건축학부 교수
9장 붓끝에서 탄생한 무명의 예술혼
- 조선의 화원·황정연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연구사
10장 작은 기예를 부리던 자에서 문화 선봉장이 되기까지
- 조선의 역관은 어떻게 탄생했나·백옥경 이화여대 사학과 교수
11장 조선시대엔 왜 서점이 없었을까
- 책 파는 사람, 책 읽어주는 사람·이민희 강원대 국어교육과 교수
12장 100년 전 서울의 일수장부를 엿보다
- 조선의 금융업자·조영준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HK연구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