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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뛰어오르다


일 년에 예닐 곱 번 우리 강과 바다로 낚시를 다닌 지 30여 년이 되었다는 기태완 저자는 물고기는 평생의 동반자였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강이나 개울을 잠깐 들여다보더라도 수 없이 많은 물고기들을 마주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제대로 이름 하나 댈 수 있는 물고기가 과연 몇 마리나 될지는 아마도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도 마찬가지일것이리라. 붕어나 미꾸라지 이어 정도만 어느정도 구별이 될 뿐이지 그 이상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이가 성장하면서 냇가나 강가에서 늘상 맞이하게 되었던 질문들에서는 답변이 자연스럽지 못하였었던 기억이 늘어만 갔다. 물고기, 동아시아 2500년 동안 옛사람들이 사랑한 우리 물고기인 23마리의 물고기에 옛 문현들까지 나와 있다. 그만큼 역사가 길었던 우리 물고기들의 이야기들에 대한 이야기가 실렸다는 말일게다. 옛 그림들에서도 많은 물고기가 나오는데, 옛 그림에는 쏘가리를 그린 것이 많다. 쏘가리 그림과 함께 으레 복사꽃이 함께 그려져 있다.조용진의 동양화 읽는 법 에서 보며, 옛 그림 속 쏘가리의 의미를 설명하자면 궐 闕(대궐 궐)과 독음이 같은 쏘가릭 는 그림은 과거에 장원급제하여 대궐에 들어가 벼슬살이하다 라는 뜻이 된다고 했다. 그리고 쏘가리는 반드시 한 마리만 그리는 것이 원칙이었는데, 두 마리를 그리면 대궐이 둘이라는 것이요, 임금이 둘이라는 뜻이 되므로 분명한 모반죄가 된다고 했다. 겨울이며 동면한다는 쏘가리, 온독 영하로 떨어지면 큰 바위 밑이나 절벽 틈에서 긴 겨우잠을 자며, 이 3~4개월 동안에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얼음이 풀리고 봄이 오기를 기다린다고 한다. 그렇게 동면하는 쏘가리를 처음 본 것이 장성 황룡강에서였다고 물 밖으로 잡혀 나온 쏘가리는 나무토마처럼 꼼짝도 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이야기를 풀어준다. 오이 향이 나는 은어 이야기도 제법 흥미롭다. 은어라는 이름이 물고기가 은색이엇 붙여진 이름이라 짐작하기 쉽지만, 은어의 몸은 은새기 아니라 잿빛으로 검고 배는 은색인데 전체적인 몸의 색깔은 어두운 청황색을 띈다고 한다. 조선 초에서부터 시작된 은어 진상은 전국에 걸쳐 조선 말까지 이어졌는데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사건이 끊임없었다고 한다. 연산군 10년에는 "경상도에 은구어(은어) 1만 마리를 별례(別例)로 바치게 하라"라고 했다. 이처럼 각 지역에 진상으로 할당한 은어의 수량이 과도하게 많았고, 이로 인해 진상 담당자나 관할 지방 수령이 죄인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현재의 시국에서도 흔치않게 만나 볼 수 있는 장면과도 흡사하다. 진상하라. 대기업에 자금 찬조금 강요하라. 등등이 ... 까마귀를 잡아먹는대서 오적어 라는 한자어에서 유래된 오징어 이야기도 제법 흥미롭다. 중국의 해약과 장자의 이야기까지 나오고 다산 정약용과 동파소식까지 나오며 많은 전설까지 들을 수 있다. 부록으로 나온 근대 이전의 낚시 도구들과 여러 가지 물고기 잡는 법과 낚시의 종류들까지 꿰찰 수 있다면, 우리나라의 물고기에 대해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다.
동아시아 물고기에 관한 독보적인 인문 교양서의 탄생
물고기의 유래와 역사를 밝히고 옛 시와 그림까지 더한 아름다운 책
우리 물고기가 품은 흥미롭고 신비로운 사연

이 책은 2500년간 동아시아에서 살아온 물고기들의 유래와 역사를 밝히고 여기에 아름다운 옛 시와 그림을 더한 우리 물고기에 관한 인문학적 탐방기이다. 저자는 중국의 옛 고전부터 조선시대 실학자들의 저서에 이르기까지 동아시아 문헌을 광범위하게 추적하여 물고기 이름의 유래와 저마다 간직한 사연을 밝혀낸다. 여기에 물고기와 자연을 노래한 한시 200여 수를 직접 골라 번역했다. 수십 년간 국내 유수의 강과 바다를 직접 여행한 경험과 동아시아 문학에 대한 저자만의 탁월한 심미안이 빛을 발한다. 이 책은 물고기에 관한 독보적인 인문 교양서로서 인문학적 지식뿐만 아니라 옛사람들의 풍류와 자연의 아름다움까지 마주하는 특별한 지적 여행을 선사한다.


들어가는 글 - 4

민중의 생선 조기 - 15
머리에 돌이 든 물고기 | 칠산 바다 | 조기의 회유 경로 | 조기의 사촌들 | 조기잡이의 신 임경업 장군 | 굴비에 대한 추억 | 멀구슬나무의 꽃이 필 때

송강 농어와 한강 꺽정이 - 42
하늘이 낳은 최고의 횟감 | 명철보신의 상징 | 정약용과 한강의 꺽정이 | 우리나라 최초의 꺽정이 기록 | 농어 낚는 어부 | 바다 농어

동해의 은어 도루묵 - 66
맛없는 물고기 | 도루묵이라는 이름

오이 향이 나는 은어 - 74
은어의 본명 | 중국의 향어 | 조선 초기 은어에 대한 기록 | 은어 진상의 폐해 | 섬진강의 은어

죽음의 진미 하돈 - 96
하돈이라는 이름 | 하돈의 진미 서시유 | 늦봄에 강으로 오르는 하돈 | 한강의 하돈 | 매하돈의 하돈 시 | 죽음과 바꿀 수 있는 하돈의 맛 | 하돈의 독

민물고기의 제왕 쏘가리 - 122
쏘가리의 별칭 | 「후적벽부」의 거구세린 | 복사꽃 흐르는 물에 쏘가리 살찌고 | 연파조수가 되고 싶었던 정약용 | 쏘가리 그림 궐어도 | 우리나라의 황쏘가리

가난한 선비와 백성의 물고기 청어 - 148
고려 이색이 좋아한 물고기 | 청어의 별칭 | 신출귀몰한 청어 | 중국으로 간 청어 | 청어 시편

시인의 시가 된 명태 - 172
우리나라의 물고기 명태 | 명태라는 이름 | 민중의 제수 물고기 | 우리 해역에서 사라진 명태

바다로 간 민물고기 황어 - 185
동해의 항어 | 한강의 황어 | 조선의 황어 시편 | 지리산의 가사어 | 두보의 황어 시

갈대밭의 물고기 웅어 - 210
웅어의 별칭 | 한강의 위어소 | 행호의 웅어 | 중국의 웅어

용으로 승천하는 잉어 - 228
잉어라는 이름의 유래 | 용문에 오르는 잉어 | 잉어 배 속의 편지 | 잉어 그림 | 신선이 타는 적혼공 | 제사에 잉어를 올리지 않는 이유

까마귀를 잡아먹는 오징어 - 252
오징어라는 이름 | 다산과 동파의 우언

썩어도 준치 - 263
때를 아는 물고기 | 잔가시가 한스러운 준치 | 중국의 준치 | 조선의 준치 시

그물을 뛰어넘는 숭어 - 278
숭어의 생태 | 숭어라는 이름 | 중국의 숭어 | 조선의 숭어

전라도의 물고기 홍어 - 294
삭혀 먹는 물고기 | 홍어와 가오리

무장공자 게 - 306
게의 별칭 | 헤엄을 잘 치는 꽃게 | 민물의 참게 | 팽기라는 게 | 게딱지 지붕과 자해 | 게장 이야기 오른손에는 술잔 왼손에는 게 집게발 | 이규보의 게찜 시 | 게 그림

동방의 물고기 비목어 - 338
가자미 나라 | 가자미의 여러 이름 | 서대와 넙치 | 사랑의 상징 비목어

바다의 보배 전복 - 356
전복의 명칭 | 소동파의 전복 노래 | 조선의 전복 진상 폐해 | 전복 따는 잠수부 몰인 | 제주도의 여자 잠수부 잠녀

투명한 물고기 뱅어 - 392
얼음 밑의 물고기 | 남은 회가 변한 물고기 | 뱅어포의 정체 | 뱅어 시

바다의 카맬레온 문어 - 410
머리에 발 달린 물고기 | 조선의 특산물 | 조선의 문어 시

월척의 물고기 붕어 - 427
장자와 붕어 | 조선의 붕어 | 붕어 시편

두만강의 물고기 송어 - 441
송어에 대한 옛 기록 | 송어와 산천어 | 송어 시

부록 - 453
1. 근대 이전 낚시 도구들 | 2. 여러 가지 물고기 잡는 법과 낚시의 종류

참고문헌 - 4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