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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704어머니는 큰아이도 작은아이도 나란히 사랑하지―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 마루야마 아야코 글·그림 엄혜숙 옮김 나는별 펴냄, 2015.11.27. 12000원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어버이는 무슨 일이 그리도 많은지 참으로 바쁩니다. 아이가 하나여도 바쁘지만, 둘이나 셋이라면 더 바쁘고, 넷이나 다섯이라면 더더욱 바빠요. 그러면 아이들은 이런 어버이를 느긋하거나 너그러이 헤아려 줄 만할까요? 아무래도 힘들 테지요. 아이는 어른이 아닌데다가, 아이는 더 따스하고 너른 사랑을 받고 싶어요. 어버이가 아무리 바빠도 눈길이며 손길이며 마음길을 더욱 받고 싶어요.엄마는 요즘 동생을 돌보느라 아주 바빠요. 오늘도 그랬어요. “엄마, 그림책 읽어 주세요.” “잠깐만 기다려. 지금은 좀 바쁘거든.” (2쪽)  그림책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나는별,2015)는 동생을 돌보느라 아주 바쁜 어머니를 지켜보는 어린 언니 이야기를 다룹니다. 동생은 갓난아기라 어머니가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살피며 돌봐야 합니다. 언니는 좀 큰데다 말도 잘 하고 글씨도 쓸 줄 알아요. 혼자 종이접기까지 합니다.  그렇지만 언니는 예전처럼 어머니하고 오붓하게 놀고 싶어요. 자꾸 어머니 곁에 있고 싶고, 바쁜 어머니는 자꾸 큰아이보다 작은아이한테 손이 가고, 큰아이는 어느새 입이 뾰로통하게 나와요. 갓난쟁이 동생을 등에 업고 부엌일로 바쁜 어머니를 불러 “종이 좀 줘요!” 하고 외치는 아이는 이 종이에 뭔가를 씁니다.별이는 부엌으로 갔어요. “엄마, 종이 좀 줘요!” 그러고는 엄마 몰래 편지를 썼어요. “엄마에게. 별이는 집을 나가요. 안녕, 빠이빠이!” (8∼9쪽)  이제 대여섯 살쯤 됨직한 아이가 “집을 나간다”는 편지를 어머니한테 남기려 한다는군요. 집을 나간다는 말은 어디에서 들었을까요? 영화나 책에서 보았을까요? 둘레에서 들었을까요?  눈이 펑펑 내리는 추운 겨울인데 아이는 참으로 씩씩하게(?) 집을 나섭니다. 가방을 꾸리고, 인형을 챙기고, 그림책도 한 권 넣고서 눈을 맞으며 집을 나서요.  그런데 집을 나서면서도 자꾸 뒤를 돌아본다지요. 어머니가 제 편지를 읽나 안 읽나 살펴요. 어머니가 얼른 제 편지를 보아 주기를 바라면서 멈칫멈칫해요. 아니, “집을 나간다”면서 뭘 그리 망설일까요.마당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있었어요. 뽀득, 뽀득, 뽀드득. 징검돌에 별이의 발자국이 찍혔어요. ‘엄마가 편지를 봤을까?’ (16쪽)  “집을 나간다”는 아이는 집 바깥으로 몇 걸음쯤 나갔을까요? 참말 아이는 집을 나가고픈 마음일까요? 아이는 마당에서 눈사람을 굴리다가, 눈송이를 맞다가, 이웃집 아이를 쳐다보다가, 다시 집 쪽을 살피다가 마음속으로 열을 세어 본대요. ‘열까지 세면 어머니가 나를 찾으러 올까?’ 하고 궁금하대요. 아이는 집을 나가겠노라 당차게 편지까지 쓰고 나왔지만, 속마음은 “집을 나간다”가 아니라 “집에서 어머니랑 오붓하게 놀고 싶”어서 조마조마하리라 느껴요.  저는 집에서 밥을 지으며 아이들을 부르곤 합니다. 제 곁에서 밥짓기를 지켜보라고 이르곤 합니다. 밭일을 할 적에도 아이들을 부르곤 해요. 제 곁에서 밭일을 지켜보라고 이르곤 하지요. 손으로 빨래를 한다든지, 비질이나 걸레질을 한다든지, 이런저런 일을 하면서 아이들을 곁에 두려 합니다. 한번 지켜보고 생각해 보라는 뜻이에요. 밥 한 그릇이 나오기까지, 호미 한 자루로 씨앗을 심고 풀을 뜯기까지, 비질이나 걸레질을 마치며 집안을 치우기까지, 빨래를 비비고 헹구어 짜서 널기까지, 또 저잣거리 마실을 다녀오며 짊어지는 가방도 한번 들어 보라 하면서, 아이 스스로 겪어 보도록 합니다.엄마는 앞치마 주머니에서 색종이로 접은 하트 네 개를 꺼냈어요. 엄마는 별의 손에 하트를 올려놓으며 말했어요. “자, 엄마가 별이에게 주는 선물. 하트 클로버야.” (26쪽)  큰아이는 어버이가 작은아이한테 더 마음을 쓰는 일에 서운할 수 있습니다. 큰아이도 갓난쟁이일 무렵 어버이한테서 ‘동생이 받듯이’ 그렇게 따순 손길을 오래오래 두고두고 받은 줄 미처 못 떠올리지요. ‘동생한테만 마음을 쓴다’고 생각하기 일쑤예요. ‘오늘 동생이 받는 손길’ 같은 사랑을 큰아이도 예전에 넉넉히 받았기에 오늘 큰아이(언니)가 이렇게 씩씩하고 다부지게 놀고 웃고 말하고 뛰고 할 수 있는 줄 미처 못 떠올린다고 할까요.  그림책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에 나오는 어머니는 상냥한 낯으로 큰아이한테 다가섭니다. 추울 텐데 ‘일하다 나온’ 맨손으로 큰아이를 부르고, 머리에 눈을 함빡 인 채 나긋나긋 말을 걸어요. 아마 동생을 겨우 재우고 비로소 큰아이한테 다가올 수 있었겠지요.  큰아이도 사랑하고 작은아이도 사랑하는 어머니 마음을 아이가 알도록 이끄는 손길을 가만히 헤아려 봅니다. 두 아이를 따사로이 보듬으며 살림을 가꾸는 어버이 손길을 찬찬히 생각합니다. 그림책에 나오는 아이야, 네 작은 손으로 동생하고도 놀아 주렴. 그러면 너희 어머니는 다른 집일을 더 빨리 건사하고는 너하고 놀 틈을 한결 넉넉히 낼 수 있단다. 어머니한테서 물려받은 사랑을 서로서로 아끼는 마음으로 꽃피울 수 있기를 빌어. 2016.12.22.니무.ㅅㄴㄹ(숲노래/최종규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엄마의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한 책요즘 별이는 혼자 그림책을 보고, 혼자 종이접기를 합니다. 어린 동생을 돌보느라 엄마가 아주 바쁘거든요. 외롭게 혼자 노는 게 속상하지만, 별이는 하는 수 없이 그냥 받아들이기로 합니다. 하지만 오늘,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맙니다. 별이가 예쁘게 접어 놓은 색종이 하트를 동생 봄이가 망가뜨렸어요. 게다가 엄마는 별이만 나무랍니다. 넌 언니잖아. 잔뜩 화가 난 별이는 결심합니다. 엄마는 동생밖에 모르고… 흥, 좋아! 집을 나가 버릴 거야! 엄마에게 비밀 편지를 남기고, 용감하게 집을 나간 별이는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요? 열까지 세면 엄마가 올까? 는 엄마의 사랑을 놓고 줄다리기하는 아이의 마음을 섬세하게 그리고 있습니다. 물론 엄마의 변치 않는 사랑을 아이에게 전달하는 방법도 알려 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