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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는 문화비평가이자 역사가이며 환경, 반핵, 인권 운동가인레베카 솔닛의 에세이다. 그녀로 하여금 이 에세이를 쓰게만든 계기는 아마도 책머리에 등장하는 그녀의 경험이었던 것 같다.그녀는 어느날 한 파티에 초대됐다. 장소는 해발 2,743미터에 지어진 튼튼하고 호화로운 별장. 사슴뿔 장식과 수 많은 킬림, 장작 때는 난로까지 갖춰진 우아한 곳이었다. 사람들이 파티를 마치고 하나둘 집으로 돌아가는 동안 파티의 주최자가 저자의 일행을 붙잡고 말을 걸기 시작한다. 주최자는 남자였고 그는 솔닛이 두어권의 책을 쓴 작가라는 것 말고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솔닛의 일행과 남자는 책에 대해 얘기했다. 솔닛은 자신이 최근에 출간한 <그림자의 강: 에드워드 마이브리지와 기술의 서부시대>에 대해 얘기했다. 그러자남자가 갑자기 솔닛의 말을 끊더니 그 해 마이브리지 에 관해서 나온 아주 중요한 책에 대해 아냐고 그녀에게 물었다. 솔닛은 남자의 가르침을 순순히 받아들이는 무지한 여성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고,남자는 거만함과 우쭐함을 곁들인지루한 장광설을 끝도없이 늘어놓기 시작했다. 참다못한 솔닛의 친구가 그에게 말했다."그게 바로 이 친구 책입니다."그는 세네번 이 말을 반복할때까지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마침내 진실을 깨달은 그의 얼굴이 잿빛으로 변했다. 그리고는 거기서 얘기를 끝냈냐고? 천만에. 아주 잠깐 할 말을 잃고 멈췄던 그가 다시 그 지루한 장광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마이브리지 에 대한 솔닛의 책을 읽은 적도없으며 그저 뉴욕타임즈에 실린 북리뷰를 읽었을 뿐인데도 말이다.레베카 솔닛은 이 경험을 포함한 한편의에세이를 톰디스패치(www.tomdispatch.com) 에 게재하고 그 글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녀의 글 덕분에 남자들은 나를 가르치려 든다 는 웹사이트가 생겼고 그 유명한 맨스플레인 이라는 신조어가탄생했다.솔닛이 살아온 세계에서 여자라는 사실은공신력 있는, 믿을만한, 과학적인 의견을 내놓지 못하는 부류로판단하는 결정적증거 가 된다. 여자의 말은 비논리적이고, 감성적이며, 타당하지 못하다. 때로는 은연 중에, 대부분은 노골적으로 표출되는 이러한 편견은 여자라는 인간이살고 있는 이 세계에 전염병처럼 퍼져있다.솔닛은 결코 상황을 과장하거나 왜곡하지 않고 담담히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서술해 나간다. 남자들이, 여자들에겐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그 차가운 이성의 냉철함을 가지고 말이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과연 내가 성차별로부터 자유롭다고 확신할 수 있을지 의심이 든다. 성차별은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것은 수천년간 이어져온 문화적 산물이며 그로인해 우리의 행동과 말 한마디 한마디엔 우리도 눈치채지 못하는 편견들이 빽빽이들어차 있다.차별을 부수려는 싸움은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아주 짧은 평화의 시간, 극소수의 지역을 제외하고는 계속해서 이어져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남성들이 최근의 현상을 급진적이라 느끼는 이유는 아마도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여자들의 목소리를 내는 채널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다. 20년전만 해도 방송국 한두개만 꽉 잡아두면그녀들의 목소리를 지울 수 있었다. 남자들은 그 짓을 엄청나게 성공적으로 수행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방법이 어디에도 없다. 우리는 지금 댐이 터지기 직전의 강밑에 서 있다. 바보짓을 하는 게 소원이라면 그 댐을당신의 떡 벌어진 두 어깨 로 막아서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화제의 단어 맨스플레인(mansplain)의 시작점
설명하고 가르치려 드는 남자들에게 보내는 통쾌한 한방!

생태, 환경, 역사, 정치, 예술 등 다양한 분야를 섭렵하며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과 재치 넘치는 글쓰기를 선보여 우리 독자에게도 환영받아온 리베카 솔닛의 신작 산문집이 출간되었다. 전세계에서 공감과 화제를 불러일으킨 신조어 ‘맨스플레인’(mansplain, man+explain)의 발단이 된 글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비롯해 여성의 존재를 침묵시키려는 힘을 고찰한 9편의 산문을 묶었다. 잘난 척하며 가르치기를 일삼는 일부 남성들의 우스꽝스런 일화에서 출발해 다양한 사건들을 통해 성별(남녀), 경제(남북), 인종(흑백), 권력(식민-피식민)으로 양분된 세계의 모습을 단숨에 그려낸다. 그럼으로써 우리가 늘 마주하는 일상의 작은 폭력이 실은 이 양분된 세계의 거대한 구조적 폭력의 씨앗임을 예리하고 생생하게 보여준다. 폭넓은 지식과 힘있는 사유로 버지니아 울프와 수전 손택의 문학, 아나 떼레사 페르난데스의 사진, 프란시스꼬 데 쑤르바란의 그림 등 다채로운 주제를 다루고 있다. 여성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여성 대 남성으로 나뉘어 대결하는 세계의 화해와 대화의 희망까지 이야기하는 대담하고도 날카로운 에세이다.



1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
2 가장 긴 전쟁
3 호화로운 스위트룸에서 충돌한 두 세계
: IMF, 지구적 불공정, 열차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 대한 몇가지 생각
4 위협을 칭송하며: 평등결혼의 진정한 의미
5 거미 할머니
6 울프의 어둠
: 불가해한 것을 끌어안기
7 악질들 사이의 카산드라
8 #여자들은다겪는다
: 페미니스트들, 이야기를 다시 쓰다
9 판도라의 상자와 자원경찰들
옮긴이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