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이란 외국어를 옮기는 작업이 아니라, 한국어를 바로 세우는 작업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2008 우수저작 및 출판 지원사업 당선작.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를 공시적이고 통시적으로 바라보면서, 단순히 어떻게 번역해야 하는가의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깊숙이 언어 구조의 차이를 들여다본다. 기존 번역 지침서가 어구를 옮기는 번역의 기술에 치중하면서 하나하나의 테크닉을 나열하는 데 그쳤다면, 이 책은 뿔뿔이 흩어진 단편적 문제를 나열하는 게 아니라 번역의 기본 원칙과 우리말에 대한 이해에 대해 정리된 안목을 일관되게 제시한다.
저자는 번역을 ‘들이밀기’와 ‘길들이기’로 나눠 생각한다. 들이밀기는 출발어, 즉 원어를 중시하는 직역주의 정신에 충실하다. 길들이기는 도착어, 즉 자국어의 표현을 중시한다. ‘들이밀기’와 ‘길들이기’는 저자의 오랜 번역 경험이 도달한 새로운 번역 개념이다.
한국어는 대명사보다는 명사를 선호하고, 명사보다 동사를, 형용사보다 부사를 중시한다. 한국어는 교착어이기 때문에 어미와 접사를 풍부하게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존칭어가 발달했다. 이러한 한국어의 특징을 영어뿐 아니라 프랑스어, 일본어와 견주고 분석해 차이를 이론적으로 드러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처럼 책의 가장 큰 미덕은 한국어가 지닌 개성을 더욱 풍요롭게 창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서구 이론가의 추상적 틀이 아닌 한국어 현실에서 출발한 이론 틀과 구체적 삶에 뿌리를 둔 한국어 재창조의 방법은 번역가뿐 아니라 우리글을 올바르고 아릅답게 쓰고 싶은 모든 이들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1장 들이밀까, 길들일까 -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
2장 한국어의 개성 - 동적인 한국어, 정적인 영어, 더 정적인 프랑스어
3장 껄끄러운 대명사 - 그와 그녀를 모르는 한국어
4장 주어는 어디 갔지? - 한국어와 주어
5장 수동태 길들이기 - 문장을 오염시키는 과잉 수동문
6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사동문 - 영어는 타동사를 좋아한다
7장 죽은 문장 살려내는 부사 - 추상에 강한 영어, 구체성에 강한 한국어
8장 ‘적(的)’이라는 문장의 ‘적(賊)’ - 형용사는 부사로 잡는다
9장 간결한 문장의 비밀, 덧말 - 접두사와 접미사 활용하기
10장 한국어 말꼬리를 잡아라 - 실감나는 어미 활용
11장 살빼기 - 군살은 뺄수록 아름답다
12장 좁히기 - 좁혀야 생생하다
13장 덧붙이기 - 풀어주면 쉬워진다
14장 짝짓기 - 짝을 지으면 안 되는 가짜 친구들
15장 뒤집기 - 뒤집으면 자연스럽다
16장 느낌이 사는 토박이말 - 입말 활용법
17장 맞춤법도 법이다 - 한국어의 힘을 키우는 길
18장 말의 지도, 사전 - 우리 삶이 담긴 사전이 필요하다
19장 만들어 쓰기 - 개념의 핵심을 찌르는 조어법
20장 셰익스피어와 황진이가 만나려면 - 리듬을 옮기는 시 번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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