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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의 기적


경쟁 일변도, 쳇바퀴 도는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낙향을 꿈꾼 건 최근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도시에 어느 정도 뿌리를 박고 살아온 이들이 모든 것을 정리해 삶의 터전을 옮기는 일은 어렵다. 막상 귀농을 해도 그때부터 삶은 또 다른 치열함을 우리에게 요구한다. 와이셔츠 차림으로 책상에 앉아만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몸을 움직이니 여기저기 쑤신다. 농사에 관한 지식 역시 부족해 시행착오로 바쁘다. 머릿속으로는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직장에 사표를 던지지만 실제로는 꾹 참고 사는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다. 그런데 몇 해 전부터 사람들이 도시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잘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울 필요 없이 출근 전, 퇴근 후, 주말을 이용해 밭을 갈고 씨를 뿌렸다. 가깝게는 걸어서 5~10분, 멀어도 차를 타고 30분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곳에 마련한 텃밭에서 그들은 천국을 맛보았다. 생계를 책임져야만 하는 공간이 아닌 만큼 부담 없이 즐기기만 하면 됐다. 때마침 지자체도 도시농업 열기에 채찍질을 가했다. 지역 내 빈 공간을 발견해 텃밭으로 꾸몄다. 내가 기른 작물을 내 식탁에 올리는 만큼 사람들의 만족도는 어마어마했다. 도시농업은 이제 도시생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한 부분으로 정착한 지 오래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게 아닌 모양이다. 미국인인 저자 역시 누구보다 텃밭을 아끼는 도시농부다. 도시 거주자인 그는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텃밭을 가꾸어왔다. 프린스턴대학교를 졸업했다는 이력과는 참으로 어울리지 않는 형태의 삶을 살아온 것이다. 단순히 먹거리를 기르는 것에만 집중했더라도 독특했을 텐데, 그는 한 걸음 더 나아갔다. 오늘날 세계는 오로지 돈벌이가 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은 작물을 기름으로써 농부들은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농작물을 좋은 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의 시도를 낳고 있다. 성장촉진제나 억제제를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가장 보편적인 예다. 실제 맛은 볼품이 없을지라도 일단 눈으로 보았을 때 먹음직스럽고 향긋한 냄새마저 풍길 수 있도록 만들고자 그들은 노력한다. 사람과 마찬가지도 과일 등도 예쁘고 봐야 하는 더럽고 치사한(?) 세상에 우린 살고 있는 셈이다. 그 결과 선택을 받은 종은 풍성한 번식을 약속 받고 그렇지 못한 종은 도태되고 있다. 생태계는 건강하려면 다양성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그와 반대되는 길로 생태계를 이끌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식을 느낀 저자는 풍요로움을 보존하기 위한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록에만 존재하는 다양한 품종을 찾아 나섰고, 자신의 텃밭을 멸종하는 것들의 복원지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희귀하다 여겨지는 것들이 그의 선택을 받았다. 그의 방식은 다분히 전통적인 것이었다. 농약을 사용 않고 농사짓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를 두고 많은 이들은 의아해하지만 그는 해내고 있다. 겨우겨우 찾아낸 소중한 것들이 본래의 모습 그대로 후손들에게 전달되기 위해서는 필히 그래야만 한다. 나아가 그는 자신의 작물을 타인과 나누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프로젝트는 개인 차원에서 추진하기에는 위험 부담이 크다. 매해 다른 작물을 다른 토지에 돌려 심는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으나 전국적으로 유행하는 병충해로부터 홀로 자유로울 순 없는 노릇이다. 되도록 많은 이들과 작물을 나누는 행위는 위험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안타깝게도 우리 사회는 돈만 바라보고 있다. 농업에 있어서도 상업성이 우선시 된 나머지 어떤 작물을 재배해야 고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으며, 어떠한 농법을 사용해야 수확량을 늘릴 수 있는 지만을 따진다. 하지만 이는 자연의 순리가 아니다. 패스트푸드에 익숙해진 것처럼 특정 농작물에 길이 들어서는 곤란하다. 세상에 존재하는 무궁무진한 먹거리를 제대로 즐기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반쪽짜리 도시농부일 뿐이다. 텃밭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능력을 지닌 공간이다. 손바닥만한 공간일지라도 그 안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명체들이 살아 숨 쉬고 있다. 이를 존중하는 것에서부터 우린 출발해야 한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인정하고, 익숙하지 아니 한 것도 품는 열린 마음에서부터 텃밭의 기적은 출발한다.
엘리트 도시 남자는 왜 과일 탐험가가 되었나? 자연이 좋아 매사추세츠 주에 있는 어느 헛간 집으로 이사를 간 저자는 도시의 사무실로 출퇴근할 생각은 없지만 시골 생활이 아주 편하지도 않은 프린스턴대학교 출신의 도시 남자다. 도시에서 승승장구할 수도 있었던 명문대 출신 이 남자는 어느 날 ‘씨앗을 받는 사람들(Seed Savers Exchange)’이라는 단체를 알고 나서 인생행로가 바뀐다. 토종 종자를 보존하고 전파하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구원할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된 이후, 희귀 종자를 찾아 전국을 누비는 식물 탐정이자, 그것을 땅에 뿌려 먹을거리를 만들어내는 농사꾼으로, 선조가 즐겼던 다양한 맛의 풍성한 음식들을 되살려내기 위한 식문화 지킴이로 변신한다. 텃밭의 기적(Taste, Memory) 은 저자 스스로 도시와 시골, 그 사이에 있는 작은 농장들과 텃밭들이 이루어낼 수 있는 작지만 의미 있는 일들, 그 가능성과 잠재력을 발견해 나간 여정을 꼼꼼하게 기록한 책이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은 미국 땅의 역사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수많은 사과 종자다. 그가 전국을 돌며 우여곡절 끝에 발견한 수없이 많은 사과 종자들에 관한 이야기는 우리가 지금까지 얼마나 ‘놀랍도록 풍부한 맛’을 즐길 권리를 ‘효율성과 생산성’이라는 미명 하에 빼앗겨 왔는지를 돌이켜 생각해보게 한다. * 관련동영상 보기 관련동영상 보기

서문

1 아이디어의 씨앗
2 맛의 방주를 타고 기억에서 사라진 먹을거리 찾아내기
3 밭에서 땀 흘리기 - 농장과 텃밭
4 수집가의 눈으로 - 과일 탐험가 되기
5 식탁의 즐거움 - 텃밭을 가꾸고 씨앗 보존하기
6 농부의 정신으로 재배하기 - 다음 세대에 물려줄 ‘가보’
7 도시와 시골, 그 사이 모든 곳에 있는 작은 농장들
8 텃밭 규모 키우기 - ‘농부’ 되기가 망설여지는 이유
9 다양한 먹을거리가 있는 시장
10 로컬푸드의 의미
11 사과나무

감사의 글